“임신 초기 유독 힘들다”고들 한다. 임신이라는 최고의 축복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임신부들은 예전과 달라진 몸과 마음에 지레 겁부터 먹는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다. 임신 초기 증상을 잘 이해하고 마음만 잘 다스린다면 지혜롭고 행복하게 임신을 누릴 수 있다. 임신 초기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임신 기간 편안하게 즐겨야
임신을 하면 신체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몸의 변화에 너무 무심한 것도 좋지 않겠지만, 사소한 징후에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임신부와 태아 모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자연 출산 전문병원인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정환욱 대표원장은 “임신은 자궁이 팽창하고 많은 양의 호르몬이 나와 임신부의 몸에 큰 변화를 유발하는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초기에 유독 힘든 것은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럽게 오는데 따르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주원인입니다. 임신 자체를 공포로 받아들이는 마음과 아직 임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마음이 있다면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임신 초기 트러블은 한두 달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임신은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임신 기간을 즐기는 마음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환욱 대표원장은 “일단 매주 병원에 다녀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 임신은 여자니까 어쩔 수 없이 혼자 치러야 한다는 주변의 무관심이 임신부를 더욱 불안하고 힘들게 합니다. 임신 초기 트러블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은 배려를 해야 해요.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은 임신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몸이 나타내는 표현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초기 증상은 호르몬과 자율신경 균형 변화 때문
그렇다면 왜 임신 초기에는 이러한 트러블이 생기는 것일까? 근본 원인은 호르몬과 자율신경의 균형이 변화한 까닭이다. 임신 초기에 가장 많이 생기는 증상에는 입덧, 두통, 소화불량, 피곤함 등이 있다. 임신부는 입덧이 있는 무렵 두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덧이 끝날 무렵 두통도 자연히 치유된다. 다량의 임신성 호르몬과 혈액순환의 장애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인 것이다. 또 임신을 하면 자궁으로 가는 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임신부의 몸은 혈압이 낮아지고 혈관이 확장되어 현기증이 생기는 것이다.
정환욱 원장은 “입덧은 임신부와 태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임신 초기 태아는 나쁜 음식이나 독이 될 수 있는 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소화 장애와 구토 등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되고 있는 입덧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임신 초기에는 엄마 몸에 저장된 여러 영양분으로 엄마가 잘 못 먹어도 아기는 자라고, 4개월쯤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임신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힘이 생기면 이러한 초기 입덧 증상이 없어지는 거죠”라고 설명한다.
임신 초기 트러블 양상과 예방법
입덧 임신호르몬(hCG)과 여성호르몬의 수치 증가와 관계가 깊다. 즉, 임신을 하면 난소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데, 이 호르몬이 입덧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덧을 악화시키는 것들로는 지방이 많은 음식, 매운 음식, 철분제 등이 해당된다. 임상적으로는 적은 양의 음식을 여러 번 나누어 먹고, 식사 중간에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이 좋다.
출혈 임신부에게 흔하게 나타나지만 임신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 단순 출혈이 있다. 별다른 동반 증상 없이 단순히 출혈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 먼저 초기에 아무런 증상 없이 암갈색 출혈을 보이는 착상혈은 임신을 지속하는 데 아무런 해가 없다. 출혈이 있으면 많은 경우 유산을 걱정하는데 유산에 따른 출혈의 양상은 지속적인 자궁의 수축 통증과 동반되거나 오히려 아무 증상 없이 유산이 일어나는 계류유산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유산의 걱정과 조바심은 입덧을 악화시키고 자궁에 더 많은 긴장감을 유발해 태아의 혈액순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냉대하 자궁과 질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자궁과 질이 부드러워져 분비물이 많아진다. 임신 중에는 질벽 점막의 주름과 두께가 늘어나 혈류가 증가하면서 보통 때보다 많은 양의 분비물이 정상적으로 배출된다. 분비물 색깔이 투명하거나 우윳빛이면서 가렵지 않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심한 냄새와 함께 가려움증, 통증이 발생한다면 곰팡이 균에 의한 질염인지 살펴봐야 한다.
냉대하가 많아졌다고 문제 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냉대하가 외음부에 오랜 시간 묻어 있으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임신 중에는 질의 산 알칼리도가 낮아지고 당도가 증가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외음부 주변을 항상 깨끗이 하는 것이 관건.
두통 임신 초기에는 자궁으로 가는 혈액량이 증가한다. 그러나 아직 몸 전체의 혈액량이 충분하지 않아 아기를 위해서 엄마는 혈액을 양보한다. 이러한 혈관 수축과 확장의 불균형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잦은 구토로 인해 목 뒤의 근육에 긴장성 두통이 올 수도 있다. 초기 호르몬의 증가 또한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두통은 머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인 일시적 현상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임신부의 상태가 많이 힘들 정도가 되면 타이레놀 정도의 두통약을 복용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잦은 두통약의 복용은 유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으니 가능한 한 약 복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피로감 임신 초기 임신부들은 대부분 잠을 자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임신 초기에 자궁으로 가는 혈액량이 늘어나면 심장에서 내뿜는 혈액량도 늘어나고 심장박동 수도 전보다 많아진다. 심장이 평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임신하면 더 피곤하다고 느낀다. 또한 임신호르몬 자체에 의한 나른함과 영양 섭취의 부족도 원인이다. 임신 4~5개월이 되면 식욕이 늘고 적응하면서 저절로 좋아진다.
피곤하면 일단 쉬는 수밖에 없다. 만약 10시간 동안 잠을 자서 피곤이 풀리면 그렇게 한다. 공원에 나가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몸을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수영과 같은 가벼운 운동도 피로감을 없애준다.
변비 임신 중 변비는 소화기관이 이완돼 소화가 느려서 생길 수 있고, 임신하면서 많이 움직이지 않아 생기기도 한다. 임신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장운동이 느려져 음식물이 위장과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음식물이 대장에 오래 머물면서 수분이 흡수돼 배출되기 힘든 상태의 딱딱한 변이 되는 것이다.
빵이나 과자, 동물성 지방보다는 채소, 바나나, 고구마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먹는다. 철분과 섬유질이 많은 프룬 주스도 임신부에게 좋다. 걷기, 수영 등의 운동을 하루 30분씩 규칙적으로 한다.
어지럼증 호르몬 증가로 혈관이 확장되지만 혈액은 아직 그 혈관을 채울 만큼 충분히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장된 혈관은 자궁에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해 태아가 빨리 성장하게 한다. 자연히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액량이 줄면서 엄마의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어 어지럼증이 생긴다. 임신 초기 어지럼증은 지극히 정상으로 임신부의 빈혈이나 영양 결핍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빈혈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소화 장애나 변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날씨가 덥거나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하면 체온이 상승해 어지럼증이 잘 생긴다. 임신 초기에는 뜨거운 물 샤워나 탕 목욕을 조심한다.
빈뇨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주머니 모양의 기관으로 자궁 바로 앞에 있다. 자궁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렵다. 또한 임신으로 융모성선호르몬이 분비되어 골반 주위로 혈액이 몰리면서 방광을 자극하는 것도 소변이 마려운 원인이다.
임신 초기의 수분 섭취 부족과 구토 등에 의한 탈수로 소변의 양이 줄 수 있고, 색깔이 진해질 수 있다. 즉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방광의 자극 증상이 더할 수도 있다. 임신 초기 분비물의 증가와 가끔 보는 소변 때문에 외음부의 위생 관리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자주 샤워하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 방광염을 예방할 수 있다.
난소낭종 난소에 생기는 낭성 종양으로, 내부가 수액 성분으로 가득 차 있는 물혹을 말한다. 임신 중 난소낭종은 대부분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해야 하는 난소의 기능 과잉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양성 종양이다. 임신 초기 골반 초음파를 할 때 크기와 모양을 관찰하는데 크기가 크지 않고 내용물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치료가 필요 없고 대부분 임신의 종결과 함께 없어진다.
우울증 임신으로 호르몬의 양이 증가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된다. 평소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뿐 아니라 낙천적인 사람도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우울증이 온다.
임신 초기, 남편과 대화를 자주 나누고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행복한 출산 경험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도 우울증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다. 초기 입덧과 임신․출산 과정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이와의 대화는 오히려 부담감을 더 느끼게 돼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하복부 통증 임신하면 자궁이 점점 팽창하려고 한다. 그러나 임신 전의 자궁은 단단한 근육 상태이므로 태아의 빠른 성장에 맞춰 이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자궁 팽창은 골반에 연결된 인대를 당기고 임신부는 하복부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임신이 진행되면서 자궁은 팽창하지만 자궁 근육은 지속적으로 수축 현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은 임신 초기에는 복통이나 뻐근함으로 나타난다. 중기로 넘어가면서 자궁 수축 현상은 가진통이란 형태로 간헐적으로 나타나다가 임신 말기가 되면 자궁 하부가 부드러워지면서 진통이 잦은 규칙적인 양상을 띠는 것이다.